K-SPIRIT
옛것과 새것
- 한재훈의 ⌜들여다봄⌟
- (글쓴이 성공회대학교 교수 / 고려대 철학박사)
무엇이 계급(位)의 권위를 만드나 - 권위와 권위주의에 관한 단상
- 등록일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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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權威)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이라고 되어 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지휘하거나 통솔할 때 상대방이 자신을 믿고 따르게 하는 힘이 권위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지휘하거나 통솔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똑같은 사람인데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명령에 따른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더구나 한 사람의 명령에 다수가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그 신기함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 놀라움을 수긍이 되게 하는 힘이 바로 권위이다.
그렇다면 권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우선은 명령을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지혜, 모두를 품어 안을 수 있는 넓은 품, 피하고 싶은 어려움을 앞장서 돌파하는 용기 등이다.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유학(儒學)에서는 지(智)·인(仁)·용(勇)의 세 가지 덕(德)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요구되었던 것이 위(位)다. 위는 옛 표현으로는 품계, 요즘 표현으로는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표현하든, 위는 명령할 수 있는 자격과 권한을 담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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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위쪽 그래프의 A처럼 특별한 능력인 덕과 명령할 수 있는 자격인 위를 함께 갖추고 있다면 그의 명령은 많은 사람이 흔쾌히 따를 수 있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진정한 권위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B는 A와 비슷한 덕을 갖추고 있으나 위가 없고, C는 A와 같은 위는 얻었으나 덕이 없는 사람이다. 이들의 명령에 사람들이 선뜻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것이 권위주의다. 권위주의라는 말은 스스로 권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면서도 남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권위주의는 대개 위는 갖고 있지만 그에 부합하는 덕을 갖추지 못한 C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C는 자신의 부족한 덕은 돌아보지 않고, 자신 차지한 위에만 눈이 멀어 마침내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사실 위에 부여된 명령할 자격이란 덕과의 균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는 위만 차지하면 모두가 자신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것처럼 오해한다. 이러한 착시와 오해가 결국 그의 권위를 땅에 떨어지게 만든다.
권위와 권위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한 개인뿐만이 아니라, 어떤 조직이나 국가도 마찬가지 원리로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조직이나 국가에서 명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 시대의 리더로서 세계질서를 지휘하고 통솔했던 미국이 요즘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장은 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만, 권위가 수반되지 않은 위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