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과 새것

한재훈의 ⌜들여다봄⌟
(글쓴이 성공회대학교 교수 / 고려대 철학박사)

퇴계가 70번 사직 상소를 올린 까닭

  • 등록일 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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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매번 선거철이 되면 자신을 뽑아달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결국 일보다 권한과 혜택에만 골몰했던 우리 시대의 공직자(公職者)들을 떠올리면서 새삼 퇴계의 사직(辭職)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생각해 본다.

 

퇴계 이황(1501~1570)은 1569년 음력 3월 4일 오랜 관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귀향길에 오른다. 퇴계는 관직에 있는 동안 70여 차례나 사직(辭職) 상소를 올렸고, 1569년만 해도 두 달 남짓한 기간에 사직 상소를 8차례나 올렸다. 마지막 귀향길에 오르기 이틀 전에 올린 상소문에서 퇴계는 “한평생 물러나는 것을 대의(大義)로 삼았습니다―一生以退爲義”라고 임금에게 고했다. 퇴계가 이렇게 사직에 진심이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퇴계는 그 이유를 “임금을 속여서는 안 되고, 병든 몸으로 예를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임금을 속이면 안 된다’는 말은, 자신을 둘러싼 과장된 명성에 속아 임금이 자꾸만 높은 관직을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편 ‘예를 쓸 수 없다’는 말은, 예를 써서라도 임금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지금은 자신이 늙고 병들어서 그렇게 할 수조차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공직(公職)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 공직을 수행할 때, 그에게는 그 일에 연계된 ‘권한’과 ‘혜택’이 주어진다. 권한은 그 일을 잘 수행하려면 필요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고, 혜택은 그 일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또는 잘 수행해 달라고 주어지는 것이다. 즉, 권한이나 혜택 모두 ‘일’을 근본으로 한다. 그런데 간혹 ‘일’을 제쳐두고 권한과 혜택만을 탐하여 그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느냐보다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해서 그 권한과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퇴계가 한사코 물러나는 것을 대의로 삼았던 까닭은 해당 관직에 주어진 일의 본질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직이 나의 사적인 욕망을 채워줄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하는 더 공적인 것임을 퇴계가 올린 사직 상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